살인의 추억 (Memories Of Murder, 2003)
기본정보
범죄, 미스터리, 스릴러, 코미디, 드라마 | 한국 | 132| 개봉 2003.04.25
감독
봉준호
출연
송강호(박두만), 김상경(서태윤)... 더보기
등급
국내 15세 관람가   
Memory_Of_Murder.hwp

줄거리

연쇄살인 실화극 1986년 시골마을, 두 형사에겐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미치도록 잡고 싶었습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1986년 경기도. 젊은 여인이 무참히 강간,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된다. 2개월 후, 비슷한 수법의 강간살인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사건은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일대는 연쇄살인이라는 생소한 범죄의 공포에 휩싸인다.

 사건 발생지역에 특별수사본부가 설치되고, 수사본부는 구희봉 반장(변희봉 분)을 필두로 지역토박이 형사 박두만(송강호 분)과 조용구(김뢰하 분), 그리고 서울 시경에서 자원해 온 서태윤(김상경 분)이 배치된다. 육감으로 대표되는 박두만은 동네 양아치들을 족치며 자백을 강요하고, 서태윤은 사건 서류를 꼼꼼히 검토하며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지만, 스타일이 다른 두 사람은 처음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다. 용의자가 검거되고 사건의 끝이 보일 듯 하더니, 매스컴이 몰려든 현장 검증에서 용의자가 범행 사실을 부인하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구반장은 파면 당한다.

 수사진이 아연실색할 정도로 범이은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살해하거나 결박할 때도 모두 피해자가 착용했거나 사용하는 물품을 이용한다. 심지어 강간 사일의 경우, 대부분 피살자의 몸에 떨어져 있기 마련인 범인의 음모 조차 단 하나도 발견되지 않는다. 후임으로 신동철 반장(송재호 분)이 부임하면서 수사는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박두만은 현장에 털 한 오라기 남기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 근처의 절과 목욕탕을 뒤지며 무모증인 사람을 찾아 나서고, 사건 파일을 검토하던 서태윤은 비오는 날,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범행대상이라는 공통점을 밝혀낸다.

 선제공격에 나선 형사들은 비오는 밤, 여경에게 빨간 옷을 입히고 함정 수사를 벌인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돌아오는 것은 또다른 여인의 끔찍한 사체. 사건은 해결의 실마리를 다시 감추고 냄비처럼 들끊는 언론은 일선 형사들의 무능을 지적하면서 형사들을 더욱 강박증에 몰아넣는데.

by 미스터리 | 2008/03/31 15:13 | Scenario | 트랙백 | 덧글(0)
추격자


기본정보 범죄, 스릴러, 액션 | 한국 | 123| 개봉 2008.02.14

감독  나홍진
출연  김윤석(전직 형사, 엄중호), 하정우(연쇄살인범, 지영민)
thechaser.hwp
등급
국내 18세 관람가   
공식사이트
국내 http://www.thechaser.co.kr/, http://cafe.naver.com/2008thechaser

줄거리

그날밤 놈을 쫓던 단 한 명의 (추격자) 놈을 잡은 건 경찰도 검찰도 아니었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희대의 살인마

출장안마소(보도방)를 운영하는 전직 형사 ‘중호’, 최근 데리고 있던 여자들이 잇달아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고, 조금 전 나간 미진을 불러낸 손님의 전화 번호와 사라진 여자들이 마지막으로 통화한 번호가 일치함을 알아낸다. 하지만 미진 마저도 연락이 두절되고…… 미진을 찾아 헤매던 중 우연히 ‘영민’과 마주친 중호, 옷에 묻은 피를 보고 영민이 바로 그놈인 것을 직감하고 추격 끝에 그를 붙잡는다.

 실종된 여자들을 모두 죽였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담담히 털어 놓는 영민에 의해 경찰서는 발칵 뒤집어 진다. 우왕좌왕하는 경찰들 앞에서 미진은 아직 살아 있을 거라며 태연하게 미소 짓는 영민. 그러나 영민을 잡아둘 수 있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 공세우기에 혈안이 된 경찰은 미진의 생사보다는 증거를 찾기에만 급급해 하고, 미진이 살아 있다고 믿는 단 한 사람 중호는 미진을 찾아 나서는데……

 

by 미스터리 | 2008/03/31 14:55 | Scenario | 트랙백 | 덧글(0)
스릴러의 아버지, 히치콕


 







스릴러의 아버지, 히치콕

스릴러의 아버지 알프레드 히치콕







약력)




1899년 8월 13일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성 이그나티우스학교와 기술항해학교등에서 공부하고 1920년에 영화회사에 입사하여 자막 제작,조감독,미술감 독으로 일한 그는 1925년에 <쾌락의 정원>을 연출.감독으로 데뷔했다.



1926년 스크립터 겸 시나리오 작가인 알마레빌alma reville과 결혼해 딸 패트리샤Patricia를 두었다.영화에 토키가 도입될 무렵인 1929년에 <협박>을 제작하여 주목을 끌었다. <너무 많이 안 사나이><39계단>등 심리적 불안감을 교묘하게 유도하는 독자적인 묘사방법을 확립하여, 이른바 "히치콕 터치"를 창출하였다.(미국에 가기전까지 스물세편의 영화연출)



1939년에 초청을 받고 미국 할리우드로 건너가 1940년<레베카>를 시작으로 정력적인 활동을 계속하여 "스릴러 영화"라는 장르를 확립하였고, 그 분야의 제 1인자가 되었다. 그후에 <망각의 여로><나는 고백한다><다이얼M을 돌려라><이창><해리의 곤경> <현기증><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사이코><새><토파즈>등의 스릴러영화로 공포와 불안을 순수하게 추구했다.(미국에서 서른편의 영화를 연출)



1955년부터는 자신이 직접사회를 맡은 텔레비젼 영화<히치콕 극장 Alfred Hitchchcock Presents>시리즈를 방영으로 인기를 모았고,잡지<히치콕 미스테리>를 내기도 하였다. 1980년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작위를 수여받았다. 1980년 4월 29일 신장염이 악화돼 타계했다.





필리모그라피)



1922 제13번 Number Thirteen(미완성) 제작,감독

항상 네 아내에게 말하라 always Tell Your Wife감독협력

여 대 여 Woman To Woman 미술,조감독.

1923 하얀 그림자 The White Shadow 시나리오,미술,편집

1924 정열의 모험 The Passionate Adventure 시나리오,미술,조감독

1925 블랙가드 The Blackguard시나리오,미술,조감독

숙녀의 전략 The Prude's Fall 시나리오,조감독,미술

쾌락의 정원 The Pleasure Garden 감독

1926 산 독수리 The Mountain Eagle(미국:Fear O' god) 감독

하숙인 The Lodger(A story of the London Fog)감독,시나리오

1927 내리막길 Downhill (미국:When Boys Leave Home) 감독

행실나쁜 여자 Easy Virtue감독

링 The Ring 감독,시나리오

1928 농부의 아내 The Farmer's Wife 감독,시나리오

샴페인 Champagne 감독

1929 하모니 헤븐 Harmony Heavem 감독

맨 섬의 남자 The Manxman 감독-히치콕 마지막 무성영화

협박 Blackmail 감독,시나리오,각색

1930 엘스트리 콜링 Elstree Calling 감독

주노와 공작 Juno and the Paycock 감독,시나리오

살인 Murder 감독,각색

마리 Mary 감독(<살인>의 독일어판)

1931 스킨 게임 The Skin Game 감독,시나리오,

1932 리치 앤 스트레인지 Rich and Strange(미국:East of Shanghai) 감독,각색

17번지 Number Seventeen 감독,시나리오

캠버경의 부인들 Load Camber's Ladies 제작사

1933 비엔나의 왈츠 Waltzes From Vienna(미국:Struss' Great Waltz)감독

1934 너무 많이 안 사나이 The Man Who Knew Too Much 감독

1935 39계단 The Thirty-nine Steps 감독

1936 비밀 정보원 The Secret Agent 감독

사보타주 Sabotage(미국:The Woman Alone)감독,

1937 영 앤드 이노센트 Young and Innocent(미국:The Girl Was Young) 감독

1938 숙녀 사라지다 The Lady Vanishes 감독

1939 자마이카 인 Jamaica Inn 감독

1940 레베카 Rebecca 감독

해외 특파원 Foreign Correspondent 감독

1941 스미스 부부 Mr. and Mrs. Smith 감독

의혹 Suspicion 감독

1942 도주자 Saboteur 감독,원안

1943 의혹의 그림자 Shadow of a Doubt 감독

구명선 Lifeboat 감독

1944 행복한 여행 Bon Voyage 감독

마다가스카르의 모험 Adventure Malgache 감독

1945 망각의 여로 Spellbound 감독

1946 오명 Notorious 제작사,감독,원안

1947 파라다인 부인의 사랑 The Paradine Case 감독

1948 로프 Rope 제작,감독

1949 염소좌 아래서 Under Capricorn 제작,감독

1950 무대 공포증 Stage Frigt 제작사,감독

1951 의혹의 전망차 Strangers on a Train 제작사,감독

1952 나는 고백한다 I Confess 제작사,감독

1954 다이얼 M을 돌려라 Dial M for Murder 제작사,감독,시나리오

이창 Rear Window 제작사,감독

1955 나는 결백하다 To Catch a Thief 제작사,감독

1956 해리의 곤경 The Trouble with Harry 제작사,감독

나는 비밀을 안다 The Man Who Knew Too Much 제작사,감독

1957 누명 쓴 사나이 The Wrong Man 제작사,감독

1958 현기증 Vertigo 제작사,감독

1959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North by Northwest 제작사,감독

1960 사이코 Psycho 제작사,감독

1963 새 The Birds 제작,감독

1964 마니 Marnie 제작사,제작,감독

1966 찢어진 커튼 Torn Curtain 감독

1969 토파즈 Topaz 제작,감독

1972 프렌지 Frenzy 제작,감독

1976 패밀리 플릇 Family Plot제작,감독





-CNN 역대 최고의 스릴러 영화 100선에 9작품이 히치콕의 영화!



1. PSYCHO (1960) 싸이코

4. NORTH BY NORTHWEST (1959)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7. THE BIRDS (1963) 새

14. REAR WINDOW (1954) 이창

18. VERTIGO (1958) 현기증

32. STRANGERS ON A TRAIN (1951) 스트레인저 - 열차의 이방인

38. NOTORIOUS (1946) 오명

48. DIAL M FOR MURDER (1954) 다이얼 M을 돌려라

80. REBECCA (1940) 레베카

(이상 히치콕의 영화이야기 http://my.dreamwiz.com/movie53/)





◁ 히치콕의 어록 ▷




◎ 영화란? -(1)



→ 나는 영화가 삶의 단면이기를 원치 않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집에서, 거리에서, 또는 극장 앞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객은 삶의 단면을 보려고 돈을 지불하는 것이 아닙니다.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 이야기가 그럴 듯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그러나 진부해서는 안됩니다. 드라마라는 것은 재미없는 부분을 잘라낸 인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영화는 삶의 단면이라고 하지만 내 영화는 케이크 한조각일 뿐입니다. 대사에 대하 화면의 연결을 통해 풀어가려고 노력했습니다.



◎ 영화란? -(2)



→ 나는 젊은 처녀가 영화를 아주 재미있게 보고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광경을 상상해보기를 좋아합니다. 어머니가 묻습니다. '오늘 영화 어땠니'? 그러자 그 처녀는 '굉장히 재미있었어요.'라고 답합니다. 다시 어머니가 묻죠. '어떤 영화였니?' 딸은 " 그 영화는 이러저러한 젊은 여자가 나오는 이야긴데요..'하면서 설명을 해주는 겁니다. 나는 영화를 찍기전에 관객이 바로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전체 스토리를 단순명쾌하게 전달해 고객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롱숏의 활용



→ 영상의 크기는 극적인 효과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지 단지 배경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TV용 프로그램을 만들 때 한 사나이가 자수하려고 경찰서에 나타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나는 들어서는 그 사나이와 뒤에서 닫히는 문, 그리고 그가 책상까지 걸어오는 것을 클로즈업으로 잡았습니다. 세트 전체는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관객이 그 곳이 경찰서인 것을 알도록 전체를 보여줘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나는 왜 신경을 쓰는가. 카메라의 오른쪽 옆에 보이는 경찰의 팔에 세 개의 줄무늬가 있다. 그것이면 그 곳이 경찰서인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다. 극적인 순간에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롱숏을 낭비할 필요가 있겠는가.



◎ 서스펜스



→ 나는 삐걱거리는 문소리로 서스펜스를 자아내 본 적이 없습니다. 어두운 거리에서 죽은 고양이와 폐물들이 나뒹구는 것보다 밝은 대낮에 졸졸 흐르는 냇가에서 일어나는 살인이 더 흥미있습니다....서스펜스가 무엇인지 알려드릴께요. 네 사람이 포커를 하러 방에 들어갑니다. 갑자기 폭탄이 터져 네 사람 모두 뼈도 못추리게 됩니다. 이럴 경우 관객은 단지 놀랄 뿐이죠. 그러나 나는 네 사람이 포커를 하러 들어가기 전에 먼저 한 남자가 포커판이 벌어지는 탁자 밑에 폭탄을 장치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네 사람은 의자에 앉아 포커를 하고 시한폭탄의 초침은 폭발시간이 다 되어갑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똑같은 무의미한 대화도 관객의 주의를 끌 수 있는 것이죠. 관객은 '지금 사소한 얘기를 할 때가 아니야. 조금 있으면 폭탄이 터질거란 말이야'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 되니까요. 폭탄이 터지기 직전 게임이 끝나고 일어서려는데 그 중 한 사람이 말하죠. '차나 한잔하지.' 바로 이 순간 관객의 조바심은 폭발 직전이 됩니다. 이 때 느끼는 감정이 '서스펜스'라는 겁니다.



◎ 여배우론



→ 히치콕은 여성비하 또는 혐오론자라는 평을 받고 있죠.내가 왜 세련된 금발여배우를 선호하는 지 알고 있습니까? 우리는 거실의 숙녀처럼 진짜 숙녀이지만 일단 침실에서는 창녀가 되는 그런 여자를 원합니다. 불쌍한 마릴린 먼로는 얼굴부터 섹스 어필하고 브리지트 바르도는 아주 섬세한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나는 영국,스웨덴 , 북부독일,스칸디나비아 여성들이 라틴계의 이탈리아 나 프랑스의 여성보다 훨씬 자극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적 매력은 광고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마치 학교선생처럼 보이는 영국여성은 당신과 함께 택시를 탔을때 놀랍게도 남자바지의 지퍼를 열 수도 있는 그런 인상을 줍니다.젊은 대사에 대하여 요즘 만들어지는 많은 영화중에는 영화다운 영화가 거의 없습니다. 그 영화들은 거의 내가 '대화하는 사람들의 사진첩'이라고 부르는 것들입니다. 우리가 영화에서 스토리를 전할 때 대사는 다른 식으로는 불가능할 때에만 사용해야 합니다. 나는 항상 스토리를 영화적 방법으로 화면과 화면의 연결을 통해 풀어가려고 노력했습니다.
(서스펜스를 위한 히치콕 http://myhome.hanafos.com/~psycock/frameset.htm)



-개인적으로 뽑은 히치콕 최고의 영화 - 이창(그레이스 켈리의 살벌한 미모를 감상할 수 있는 곳)






-<서스펜스 스릴러의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이 현대영화에 물려준 것들> (씨네21)




1980년 1월 앨프리드 조셉 히치콕은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3세에게 작위를 받았다. 히치콕은 매우 쇠약해진 몸을 이끌고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열린 축하연에 참석했다. 한 기자가 이런 명예를 받는데 왜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히치콕은 특유의 머뭇거리는 태도로 대답했다. “아마도 부주의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현대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의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은 그의 영화가 누린 엄청난 대중성 때문에 종종 부주의한 대접을 받았을 것이다. 어쨌거나 히치콕은 특유의 능청으로 비평가와 관객을 골려줬다.



히치콕의 그 유명한 장난기는 무수한 일화를 남겼다. 종종 히치콕은 영화 안에서도 자신의 장난기를 시험했다. 히치콕이 오랜만에 고향인 런던으로 돌아와 연출한 말년의 흥행작 <프렌지>는 여성만을 골라 살해하는 연쇄살인범을 묘사한 스릴러였다. 히치콕은 예고편에 출연했다. 감자포대를 실은 트럭 뒤칸에 넥타이로 살해당한 여인의 시체가 실려 있다. 차가 흔들리면서 여인의 맨몸이 드러날 때 별안간 뚱뚱하고 퉁명스러운 얼굴의 히치콕 감독이 화면에 나타나 관객을 보고 말을 건넨다. “이런, 저 여자는 내 넥타이를 매고 있어요. 이 넥타이는 내 것이란 말이오.” 히치콕은 발가벗겨 살해당한 여자의 목에서 넥타이를 풀어 태연히 자신의 셔츠에 다시 맨다.




일상의 공포로 관객을 들쑤시다




무섭거나 긴장감을 주는 영화를 만들면서도 그 자신은 늘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대중 앞에 나타났던 서스펜스 영화의 대명사 앨프리드 히치콕. 올해는 히치콕의 탄생 100주년이다. 그렇다고 새삼스레 추모할 것도 없는 것이, 그는 20세기 대중에게 가장 널리 얼굴이 알려진 그리고 지금도 대단한 인기를 누리는 감독이기 때문이다. <사이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새>와 같은 히치콕의 대표작들은 끊임없이 텔레비전에서 방영되고 있고, 히치콕 영화에 대한 논문의 제목을 모아놓은 책이 따로 발간될 정도로 학계에서도 지속적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생전의 히치콕은 “나는 월트 디즈니를 부러워했답니다. 그는 오로지 카툰만 그리지 않아요? 만약 배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찢어버릴 수도 있고 말입니다”고 말했지만 그는 영화현장에서 배우를 비롯한 스탭들을 좌지우지했을 뿐만 아니라 관객을 심리적으로 조종하는 데 능수능란했다.



히치콕은 관객의 의표를 찌르는 데 명수였다.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에선 케리 그랜트가 연기하는 주인공 손힐이 아무도 없는 광활한 옥수수밭에서 살충제를 뿌리는 경비행기의 습격을 받았고, <사이코>에선 여주인공 마리온이 목욕탕에서 샤워를 즐기다가 칼로 난자당한다. 히치콕 영화는 사람들로 붐비는 광장에서의 살인을 즐겨 묘사하며 그와 똑같은 비중으로 가장 안전하고 사적인 장소인 목욕탕이나 거실에서의 살인묘사도 곧잘 끼워넣었다. 광장 공포증과 폐소공포증을 오가며 히치콕 영화의 사건은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장소에서, 당사자 이외엔 아무도 믿지 않는 불가해한 사건이 악몽처럼 벌어진다. <새>의 여주인공 멜라니는 학교에서 새떼가 아이들을 습격한 사실을 마을 사람들에게 알려주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히치콕이 만들어내는 공포는 정말 무섭다. 그는 공포는 다른 곳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편안하고 일상적인 세계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살인은 어두운 거리보다 밝은 대낮에 졸졸 흐르는 냇가에서 일어나는 것이 훨씬 재미있습니다. 내가 신데렐라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면 사륜마차에서 시체가 발견되도록 할 거예요. 그렇게 했는데도 관객에게 등골이 오싹한 기분을 주지 못하면 내가 오히려 실망할걸요.”



히치콕은 훌륭한 이야기꾼이었지만 플롯에 큰 관심을 두진 않았다. 그의 관심사는 관객으로부터 심층적인 반응을 끌어내는 방식이었다. 프랑스 비평가 앙드레 바쟁은 “영화는 사람들에게 자기만족의 기쁨을 준다. 그것은 사회적 의무감과 도덕성을 거부해서 얻어지는 일종의 배반, 도피, 고독 등에서 오는 만족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히치콕은 심술궂게도 관객의 그런 기대를 배반했다. 그는 관객이 동정이나 연민을 품게끔 주인공들을 일단 도덕적으로 올바른 사람으로 위장시켜 놓은 뒤 나중에 그런 기대를 가볍게 좌절시키는 수법을 쓰곤 한다. 피닉스시의 전경을 훑다가 호텔방으로 카메라가 이동해 들어가는 <사이코>의 첫 장면과 늪에 은닉된 마리온의 차가 기중기로 들려 올려지는 마지막 장면, 어두운 심연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 같은 처음과 끝의 대비는 곧 관객을 인간 본성의 밑바닥으로 안내했다가 풀어주는 임상심리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

관객은 처음에 사장의 돈을 훔친 여주인공 마리온의 행위에 연민을 품었다가 영화 중반에 무참하게 살해당하는 대목에서 충격을 받고, 마리온을 죽인 노먼 베이츠를 동정했다가 그의 사악한 또다른 얼터 에고의 실체를 보고는 망연자실한다. 대중의 엿보기 심리를 교묘하게 건드리는 <이창>에서 히치콕은 건너편 아파트를 망원경으로 훔쳐보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진작가 제프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관객은 기꺼이 제프리의 엿보기에 동참하면서 샛꾼의 자리를 즐기지만 제프리가 망원렌즈로 살인사건을 목격하면서 도덕적 책임감을 느낄 때 낄낄거리던 관객도 어느새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제프리가 두발 다 깁스를 하고 창문으로부터 얼굴을 돌리고 있는 것은 남의 삶을 엿본다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 도덕적 책임을 요구받는 것인지를 능청스럽게 꼬집는 히치콕의 유머였다.




몽타주와 카메라워크, 미학적 경지




관객과 영화의 역동적인 관계, 낄낄거림에서 황당함으로 바뀌는 심리 메커니즘을 파고들면서도 히치콕은 그런 주제를 구구절절이 설교하지 않는다. 히치콕이 생전의 인터뷰에서 늘 자랑스럽게 말했던 ‘순수영화’라는 말은 영화의 고전적 어휘를 완성한 히치콕 영화의 정체를 간명하게 요약하고 있다. 영국의 비평가 빅터 퍼킨스는 히치콕 영화가 ‘프세볼로트 푸도프킨(에이젠슈테인과 함께 영화의 편집 원리를 확립한 러시아의 몽타주 학파 감독)의 몽타주와 프리드리히 무르나우(독일 표현주시대에 선구적인 카메라 이동 미학을 개척한 감독)의 카메라 움직임을 완벽히 결합’한 예로 꼽았다. <이창>은 한 세트에서 찍었지만 구성이 무척 정교하다. 편집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히치콕은 이 영화에서 ‘A라는 화면이 B라는 화면과 결합되면 AB라는 화면이 만들어진다’는 푸도프킨의 유명한 몽타주 공식을 시범적으로 보여줬다. 건너편 아파트를 망원경으로 훔쳐보는 제프리를 보여준 화면 다음에(A), 반쯤 벗어던진 젊은 여자가 체조하는 모습을 이어붙이고(B), 다시 웃고 있는 제프리의 모습을 보여주면(AB) 제프리는 중년의 음탕한 사내로 관객에게 인식될 것이다. 그러나 정원에서 뛰노는 강아지 다음에 제프리의 웃는 얼굴을 보여준다면 그는 중년의 인자한 신사로 비칠 것이다. 히치콕식의 순수영화 개념은 편집뿐만 아니라 화면구성의 원리에도 이어져 <사이코>와 같은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수평과 수직 이미지가 충돌하는 시각적 대립의 정수를 보여준다. 현대영화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장면인 목욕탕 살해장면은 수직으로 내려치는 노먼의 칼과 수평으로 흐느적거리는 마리온의 팔을 대비시켜서 맺음할 때까지 약 45초 동안 70회 이상 변하는 카메라 각도로 격렬한 충격을 전해준다.




현대영화에 넓게 드리운 그림자




영화학자 마크 랭거는 “히치콕의 영향은 현대영화 곳곳에 그림자를 드리우지 않은 곳이 없다”고 말했다. <사이코> <이창> <39계단> <다이알 M을 돌려라> <열차 위의 이방인> 등 히치콕 영화만큼 자주 많이 리메이크된 영화들도 없다. ‘히치콕 이후’ 현대영화에서 관음증, 맥거핀, 광장 공포증 등 히치콕적 특징은 상식이 됐다. 히치콕은 서스펜스 스릴러뿐만 아니라 필름누아르, 공포영화 장르에서도 태두에 가까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히치콕은 명암대조가 심한 조명을 선호하는 필름누아르 장르가 할리우드에 뿌리내리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히치콕의 영향력은 로만 폴란스키, 쿠엔틴 타란티노, 심지어 최근의 <매트릭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난다”고 랭거는 평했다. 78년작 <할로윈>으로 시작된 난도질 공포영화는 노먼 베이츠가 샤워기 꼭지 아래서 마리온을 무참하게 난도질하는 그 유명한 <사이코>의 목욕탕 살인장면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히치콕과 동시대 감독들 가운데 히치콕의 무성영화에서 스틸기사로 일했던 영국 감독 마이클 파웰은 스스로 ‘아주 독창적이며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도깨비 같은 감독’이라고 평했던 히치콕 선배의 스타일을 모방했으며 <엿보는 톰>을 말년의 걸작으로 남겼다. 프랑스 감독 앙리 조르주 클루조는 서스펜스 장르를 통해 히치콕과 경쟁하려 무진 애를 쓰는 가운데 <공포의 보수> <디아볼릭> 같은 걸작을 남겼다. 촬영감독 출신인 영국 감독 니콜라스 뢰그는 <지금 보지 마라>에서 히치콕의 <레베카>와 <새>를 절충한 것 같은 현대적인 스릴러 영화로 감독의 입지를 굳혔다. 평생 히치콕을 존경해 히치콕과 나눈 인터뷰를 책으로 묶어 펴낸 프랑스 감독 프랑수아 트뤼포는 <피아니스트를 쏴라> <상복을 입은 신부> 등의 영화에서 히치콕 영화기법에 존경을 바쳤다.



거장에게 경배를! 거장을 베낀 거장들




히치콕은 동시대의 영화감독들뿐만 아니라 후배들에게 헤아릴 수 없는 영향을 끼쳤다. 브라이언 드 팔마는 아예 히치콕 영화를 그대로 모사하는 <강박관념> <드레스 투 킬> <보디 더블> 등의 영화를 만들었다. 드 팔마의 초기 대표작인 <강박관념>은 <현기증>에서 주제를 빌려와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기억으로 고통받는 남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다른 여인에게 과거에 사랑했던 여인의 이미지를 투사하려는 헛된 시도를 되풀이하는 광경을 보여준다. <강박관념>은 죽은 어머니와 똑같이 닮은 딸을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근친상간의 테마를 다룬다. 드 팔마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강박적인 욕망의 파멸을 다룬 이 영화에서 동일한 테마를 다르게 변주하는 지휘자의 입장으로 자신을 변명했다. ‘히치콕 이후’에 서스펜스 스릴러를 만드는 감독들에게 이것은 때로 피할 수 없는 운명임을 드 팔마의 작품은 암시한다. 프랑수아 트뤼포와 동세대 감독이었으며 젊은 시절에 히치콕 연구서를 출간하기도 했던 클로드 샤브롤 역시 히치콕에 존경을 바치는 스릴러 영화만을 평생 동안 만들었다. 그의 대표작인 <도살자>는 히치콕의 <의혹의 그림자>와 <기차 위의 이방인>을 합친 것 같은 걸작이며 샤브롤 스스로 히치콕 영화의 본질이라고 파악했던 등장인물들간의 ‘죄의 교환’이라는 주제를 깊숙이 탐구한 작품이었다.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는 히치콕의 그림자를 거둬내고서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 됐지만, 스릴러 장르 바깥에서도 히치콕적인 기교를 추구한 예는 흔하게 널려있다. 히치콕이 처음 개발한 영화어휘는 훗날 모두 관용구가 됐다. <현기증>에서 주인공 스코티의 고소공포증을 표현하기 위해 줌렌즈와 트랙이동을 결합시킨 줌 앤 트랙의 카메라 기교를 선보인 후, 스필버그는 <죠스>에서 브로디 서장이 해변가에서 상어를 처음 목격할 때 그의 심리적 효과를 암시하기 위해 이 기법을 썼다. 마틴 스콜세지는 히치콕 영화의 음악을 담당했던 버나드 허만에게 사정을 해 <택시 드라이버>의 음악을 맡겼으며 이 영화는 <사이코>풍의 음산한 음악을 배경으로 깔고 주인공 트래비스의 눈에 비친 뉴욕 시내를 히치콕풍의 주관적 시점으로 묘사하면서 긴장감을 풍겼다. 히치콕의 영향은 다양하게 뻗어 있지만 국가와 세대간의 경계를 불문하고 그 흔적은 동일선상에 있다. <할로윈>에서 <유주얼 서스펙트>, 그리고 이명세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 이르기까지 히치콕의 그림자는 광대하다.



히치콕 미학의 대변자였던 평론가 로빈 우드는 히치콕이 ‘현대의 셰익스피어’이며 <현기증> <사이코> <새> 등은 20세기의 위대한 문화유산으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히치콕 영화에는 종종 무성영화를 보는 것처럼 대사없이 영상만으로 상황을 묘사하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현기증>에서 스코티가 마들레인을 추적하는 15분간, <사이코>에서 마리온이 피닉스시를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거쳐 베이츠 모텔에 들어서기까지 관객의 조바심을 자아내는 장면, <마니>에서 마니가 사무실을 터는 장면 등에서 이미지만으로 관객의 심리를 조종하는 히치콕의 솜씨는 약이 오를 만큼 능수능란하다. 로빈 우드는 말로는 환원불가능한, 이미지만으로 정서와 의미를 전달하는 히치콕의 스타일이 영화언어의 정체성에 가장 걸맞은 어휘를 창조한 것이라고 평가했으며 아울러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으로 도덕적 시련에 빠진 20세기의 인류에게 히치콕의 정교한 서스펜스 스릴러는 냉전시대의 가부장제 체제를 거꾸로 반영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생각했다.



히치콕 영화는 처음에는 그의 스타일의 독창성에 주목한 작가주의자들에게 찬양받았으며, 도덕적 진공상태에 빠진 현대적 삶의 조건을 서스펜스 장르의 틀을 빌려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낸 그의 작품세계 역시 전통적인 휴머니스트 입장을 취한 비평가들의 옹호를 받았다. 70년대부터는 히치콕 영화가 여성에 대한 남성의 가학적이고 맹목적인 욕망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페미니즘 진영의 거센 공격이 있었다. 어떤 입장에 서든 히치콕 영화는 얘깃거리가 풍부한 대상이었다. 히치콕은 자신의 영화를 두고 자주 ‘재미있는 영화일 뿐’이라고 일축했지만 완벽한 시청각적 균형을 갖춘 그의 영화로 사람들이 허둥대는 것에 고소해했을 것이다.



어둠 속의 정신세계를 햇빛 아래로



히치콕은 직관적으로 대중이 좋아할 재미있는 오락영화를 만들었지만 ‘사물은 겉모양과는 늘 다르다’는 것을 웅변하는, 상식과 관습을 깨는 작품세계를 추구했다. <39계단>에서 존경받는 시민은 스파이 조직의 우두머리로 밝혀지고 <파괴 공작원>에선 평화운동의 리더가 나치의 공작원으로 판명된다.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의 주인공 손힐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절박한 상황에서 필사적으로 누명을 벗으려 애쓴다. <사이코>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들은 알게 될거야. 내가 얼마나 선량한 사람인지. 이렇게 말하겠지. 어, 파리 한 마리도 죽이지 못하잖아”라는 노먼의 독백이 흐르는 화면 위로 승리감에 도취해 광기로 번뜩이는 눈으로 관객을 쳐다보는 노먼의 얼굴에서 관객은 ‘사물의 외양과 본질은 다르다’는 히치콕의 생각에 얼마나 깊은 비극적 통찰이 감춰져 있는지를 알 수 있다. 히치콕은 깊은 어둠에 잠겨 있는 인간의 정신세계를 밝은 햇빛 아래 드러내고 관음증과 살해와 강박관념과 죄의식으로 얼룩진 어두운 세계를 서스펜스 영화의 경쾌한 스타일로 뚫고 나갔던 아이러니의 대가였다.

 


-<히치콕을 읽는 4가지 키워드>



그 모든 것은 히치콕에서 시작되었다. 부서진 창문 사이로 끊임없이 손을 뻗치는 좀비들의 습격이나, 뒷 창문을 통해 사건을 목격하게 된 한 남자의 위험천만한 관음증이나 욕실에서 발생한 수상쩍은 칼부림 말이다. 혹자는 조지 로메로의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이나 커티스 핸슨의 <베드룸 윈도우>, 브라이언 드 팔마의 <드레스 투 킬>이라고 알고 있는 이 영화의 진정한 제목은 <새>나 <이창>이나 혹은 <사이코>로 바뀌어져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감독들과 영화들 사이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우상, 앨프리드 히치콕. 이름 자체만으로 충분한 그 남자가 있다.



앨프리드 히치콕은 1899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공놀이를 싫어하고 화가 나면 정신없이 음식을 먹어대던 영국소년은 일찍이 자신을 남들에게서 고립시키는 방법을 터득했고, 모든 이들에게 수줍던 소년은 영화라는 공간에서만 숨겨진 장난기를 펼쳤다. 단지 남을 놀래키는 재주라고 생각되던 그 장난은 이윽고 서스펜스의 대가라는 작위를 받게 되었고, 숱한 영화비평의 원전으로, 작가의 만신전에 으뜸으로 올라서게 된다. 정신분석과 페미니즘, 기호학, 형식주의, 게이 비평까지 실제적으로 어느 영화비평도 히치콕에게서 빚지지 않은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히치콕 영화에 나타나는 핵심적인 키워드를 모른다는 것은 구구단을 모르고 인수분해를 하겠다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그 열쇠는 히치콕이 표지하는 비밀의 문, 남성들이 득세한 지배 이데올로기의 세계, 새로운 개념의 알을 낳는 영화비평의 세계의 문고리를 여는 것이기도 하다.



키워드 No.1-관음증



서스펜스 스릴러물을 본다는 것은 남의 집 창문 너머의 부부싸움을 구경하려는 심리와 다를 바가 없다. 히치콕은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이창>의 남자주인공 제임스 스튜어트는 왼쪽 발이 부러진 상태로, 깁스에는 ‘L.B.제프리스의 부러진 뼈가 잠들다’라고 새겨져 있다. 일종의 대리 남근을 상실한 이 남자는 남의 집 창문을 엿보는 것을 낙으로 삼는다. <사이코>의 남자주인공 앤서니 퍼킨스(노만 베이츠) 역시 벽에 몰래 구멍을 뚫어놓은 뒤 자신의 모텔에 우연히 들른 여자 손님 자넷 리의 목욕 장면을 훔쳐본다. 이때 앤서니 퍼킨스의 시선은 완전히 여주인공 자넷 리를 포위한 상태로 그녀는 자그마한 원 안에 갇혀 있는 듯 보인다. 사람만이 아니라 높은 허공에서 불에 탄 마을을 유유자적하게 내려다보던 영화 <새>에서의 유명한 새의 시점숏도, 관음증적이기는 마찬가지이다. 관음증은 말 그대로 훔쳐보기이다. 그러나 관음증의 핵심은 나는 보는데 상대방은 그 시선을 모르는 데 있다. 그것은 매우 안전한 위치에 놓여 있기 때문에 시각적 쾌락을 배가시켜주는 동력체이다. 그래서 응시의 방향은 권력의 위치를 결정짓는다. 영화 내의 어떤 인물이 관음자 입장에 놓여 있다면, 당연히 관객도 그 관음자의 시선에 동화하게 된다. 히치콕은 <사이코>의 욕실 살해장면에서 자넷 리(마리온)의 눈과 하수구를 디졸브시킴으로써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구멍으로 눈을 형상화하였다. 베이츠의 관음적인 시선이 관객의 시선과 겹치는 지점, 애초에 카메라는 관음자적인 입장에 놓여 있는 핍쇼의 연출자이고, 관객 역시 합법적인 관음자가 되기 위해 극장을 찾는지도 모른다. 관음증은 이후 영화보기의 본질에 관한 화두가 되었다. 그것은 단지 작가라는 호칭으로 감독이 장악하던 스크린에 관객이라는 존재가 끼어들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관객인 우리가 히치콕 영화에서 보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 점에서 히치콕은 심리학의 대가였다. 히치콕은 흔히 살인자가 누구인지 은밀하게 관객에게 노출시킨 뒤, 서스펜스를 지연시키는 전략을 썼다. 우리는 <사이코>에서 마리온이 살해될 것을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히치콕의 다른 영화 <프렌지>에서 관객은 초반에 이니셜이 들어간 장식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여자들의 목을 조른 넥타이 살인범이 과일가게 주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함정에 빠진 주인공을 보는 초조함에다 살인은 천천히 다가온다. 게다가 우리는 노먼 베이츠와 함께 몰래 그녀를 훔쳐보는 공범 의식까지도 공유했다. 그러나 살인의 순간은 짧다. 휘두르는 칼날이나 조르는 밧줄과 함께 보유했던 긴장이 순식간에 사정되는 쾌감, 관음증이라는 안전한 응시의 둑에 갇혀 있던 공포는 물밀듯한 속도로 체내를 빠져나간다. 공포가 쾌락이 되는 지점, 이것은 프랑수아 트뤼포가 히치콕 영화를 평가한 그대로다. 살인은 연애처럼, 연애는 살인처럼.



키워드 No.2-오이디푸스 궤적



남자들은 무엇을 원하는가? 적어도 고전의 할리우드영화들은 서슴없이 여성과의 결합이라고 말할 것이다. 수많은 난관과 어려움을 이기고 마침내 고향땅에 도달한 남자주인공에게 주어지는 여주인공과의 키스란 사회적인 안정을 이루었다는, 세상을 얻었다는 보증서와도 같기 때문이다. 이때 여성이란 단지 남자주인공이 능동적 주체가 되기 위한 일종의 수동적인 객체일 따름이다. 일종의 신화화된 영웅이야기로 고전 할리우드영화에서 흔히 보여지는 남성주인공의 위기와 이성과의 결합 과정은 흔히 오이디푸스 궤적이라는 용어로 불려왔다. 물론 할리우드 시스템 안에서 오이디푸스 궤적에 실패한 남성주인공의 말로는 비참함 그 자체일 뿐이다.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는 필름누아르의 탐정들이나 카우보이들은 죽음의 나락으로 혹은 영원한 떠돌이의 운명으로 전락하고 만다.



오이디푸스 궤적과 연관하여 단지 히치콕의 남자주인공들은 그들간에는 비슷하지만 다른 감독의 주인공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어떤 점들을 갖고 있다. 그들은 대부분 거세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그들은 쉽게 함정에 빠지거나 자신의 내적인 욕망을 간신히 억제하느라 온 에너지를 다 쏟는 듯 보인다. 사실 <마니>에서 도벽이 있는 여주인공 마니를 바라보는 숀 코너리의 시선을 통해, 마니를 당장에 강간하려는 욕망을 표현하고 싶었다던 이는 히치콕이었다. 그들 대부분은 지배적이고 강력한 어머니를 두고 있거나 죽은 옛 아내라는 긴 그림자를 안고 살아간다. <레베카>에서 로렌스 올리비에는 죽은 아내를 돌보았던 그리고 히로인인 존 폰테인에게는 매우 위협이 되는 일종의 거세적 어머니인 가정부 댄버스 부인을 고용하고 있다. 물론 거세적 어머니의 으뜸은 <사이코>의 노만 베이츠의 어머니일 것이다. 그녀는 죽어서도 해골이 된 채 지하에서 아들의 마음을 조종하고 결국에는 아들과 육체적 심리적으로 한몸이 된다. <새>에서 제시카 탠디가 분한 어머니상도 살아 있으되 그 이미지는 <사이코>와 거의 유사한 것이다. 이들 남성주인공의 대부분은 심리적 결함이 있는 혹은 못된 남편의 계략에 빠진 여성들을 구원함으로써 자신의 남성성을 회복해 간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사이코>가 보여주듯 오이디푸스 궤적의 실패의 끝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한 노먼 베이츠의 혼란된 광기, 섬뜩한 공포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점에서 히치콕 영화는 페미니즘 비평가들에게 끊임없는 비난을 받아왔다. 확고한 가부장적인 이데올로기를 확립하는 충복으로 오이디푸스 궤적은 재생산되어왔고, 이를 가장 충실하게 재현해내는 동시에 그 궤적의 말로를 가장 실감나게 보여준 것도 히치콕이었기 때문이다.



키워드 No.3-여성 혐오증



히치콕은 자신의 영화를 절대 심각한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영화를 케이크 조각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만든 케이크는 정교한 것이었다. 영화에 대한 냉정함은 사건의 단서가 되는 모자나 열쇠 따위의 사소한 물건을 차근차근 집어가는 그의 전매특허 같은 트래킹숏에도 배어 있다. 그러나 무뚝뚝한 히치콕에게도 여신은 있었다. 히치콕은 평생 두 여자를 사랑했다. 잉그리드 버그만과 그레이스 켈리. 히치콕에게 아내 알마 레빌은 언제나 촬영현장을 지키는 스크립터로 온갖 성가신 일을 도맡아하는 충실한 조력자였을 뿐이었다. 금발은 히치콕에게 유혹과 거절 두 가지 모두를 상징했다. 그의 여신인 잉그리드 버그만이 자신과 동일한 조건, 즉 감독이자 유부남인 이탈리아의 로베르토 로셀리니에게 도망쳐 갔을 때, 그는 다시는 버그만을 용서하지 않았다. 그래서 히치콕 영화에는 금발의 여신을 창조해낸 피그말리온의 오만함과 자신의 신전에 있는 여신을 겁탈하고 파괴하고자 하는 아폴로의 욕망이 모두 들어가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그의 영화의 여주인공들은 한결같이 ‘너무 많이 알고 있는 여자’들인 팜므파탈과 달리, 아는 게 거의 없는 여자들이다. 너무 많이 모르는 여자, 응시의 주체가 되지 못하는 여자는 물론 함정에 빠진 자신을 구할 수 없다. <다이얼 M을 돌려라>에서 그레이스 켈리는 자신을 죽이려던 괴한을 엉겁결에 가위로 살해한 뒤 감옥으로 사라지고, 그녀의 존재는 형사와 애인, 그리고 남편 사이의 오고가는 두뇌게임에 매몰되어 간다. 형사, 탐정 소설가, 기업체 사장, 정신과 의사. 히치콕의 여주인공을 구해주려는 전문가들이 난무하는 가운데도 히치콕의 영화들은 점차 여성 혐오증이라는 악명을 얻게 되었다. 그것은 단지 여성을 비하하거나 깔본다는 의미보다는, 여성에게 지닌 남성들의 뿌리깊은 위협감, 몇푼의 돈을 집어주고 도벽이 있는 마니를 통제하고 치유하려는 숀 코너리에게서 나타나는 양가감정이기도 하다.



키워드 No.4-맥거핀




이제는 너무나 흔하게 쓰는 단어인 맥거핀은 실제로 히치콕 영화 <해외특파원>에서 비롯된 것이다. 반 미어라는 원로 정치가가 쥐고 있는 암호명이 바로 맥거핀이었던 것. 그러나 그것은 단지 비밀문서를 빼오라는 지시를 담은 평범한 암호일 뿐이고, 처음에는 뭔가 있을 듯이 보이던 사건이 그 내용이나 진상을 확인해 보려 할수록 의미가 없어지는 영화적 속임수였을 뿐이었다. 히치콕에게 최대의 맥거핀이란 가장 중요한 듯 보이지만 가장 공허하고 허황되고 무의미한 어떤 것이었다. 이러한 맥거핀의 개념은 히치콕으로서는 단지 관객의 의표를 찌르는 영화상의 기술을 일컫는 말이었지만, 뒤에 라캉은 행동을 취하게 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비밀, 어떤 공백의 개념으로 바뀌어 문화비평의 한 용어로 자리잡는다. 그것은 환상함으로써 얻어지는 실재계의 구멍, 주체의 욕망이 빚어내는 환상 공간, 현실로 진입 즉시 사라지는 환영 같은 것이었다. 마치 <현기증>에서 제임스 스튜어트의 환상으로만 존재했던 신비로운 여인 킴 노박이 현실에 들어서자마자 빨간 머리의 천박한 여공 주디로 바뀌는 순간 휘발되었던 어떤 환상 세계이기도 하다.



히치콕은 평생 50여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그 속에는 <현기증> <사이코> <새> <오명>같은 걸작이 있는가 하면, <염소좌 아래서>나 <토파즈>같은 히치콕 스스로도 부끄러워하는 실패작도 있었다. 그러나 히치콕은 영화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일단 스토리 보드를 그리고 모든 장면을 머릿속에 그려넣은 뒤, 촬영장에서는 태연하게 원하는 장면을 지시하곤 했다. ‘머릿속으로 만들어진’ 히치콕의 작품들은 세트나, 배우, 이야기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히치콕의 연출력만으로 축조한 가장 영화적인 조합물이라는 점에서 ‘순수영화’라 불리기도 한다. 그는 아마 평생 어떤 공포증에 시달린 듯하다. 흔히 히치콕의 피해자들은 목졸려 살해당하고, 히치콕은 로프나 넥타이, 스카프, 외딴집 같은 폐쇄공포증적인 이미지에 매달린다. 이러한 팽팽한 공간의 이미지는 어떤 과잉도 용납하지 않는 그의 연출과 정확히 일치하는 서늘함을 지니고 있는 것들이다. 그것은 일상의 빈틈에서만 드러나는 죄의식과 억압, 불안의 그늘. 이후 이처럼 냉정하고 아슬아슬하게 영화적인 균형을 잡아가는 감독은 다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심영섭/ 영화평론가(씨네21)

(이상 히치콕 탄생 100주년 사이트http://members.tripod.lycos.co.kr/~hitchcock/opening.htm)


by 미스터리 | 2007/12/02 12:19 | Movie | 트랙백 | 덧글(0)
프리츠 랑의 아메리카 특별전, 9월13일부터 30일까지 열려

프리츠 랑의 아메리카 특별전, 9월13일부터 30일까지 열려

“프리츠 랑의 영화를 볼 때마다 나는, (그의 작품 중 가장 별로인 영화를 볼 때조차도) 분명 뭔가 배우게 된다. 영화란 매체의 메커니즘을 그만큼 완벽하게 이해하는 감독은 없었다. 영화연출에 관심있는 자라면 그의 작품은 반드시 공부해야 한다.” ‘랑으로부터 배우기’라는 글에서 마틴 스코시즈가 프리츠 랑에게 바친 찬사다. 랑은 독일 표현주의의 작가적 유산을 계승한 무성영화 걸작 <메트로폴리스> <M> 등으로 일찍이 거장의 반열에 오른 감독이지만, 나치의 마수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간 뒤 만든 장르영화들은 프랑스 평단의 필름누아르 비평이 나오기 전까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 프리츠 랑의 할리우드 시절(1935∼56) 작품들을 감상할 기회가 찾아왔다. 9월13일부터 30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프리츠 랑의 아메리카 특별전’은 그가 미국 체류 시절 만든 23편의 영화 중 10편을 소개한다. 강렬한 비주얼에 고도의 추상성을 녹여넣은 독일 시절의 무성영화 걸작과 달리 형사물부터 웨스턴, 전쟁영화까지 다양한 장르를 종횡하는 이 시기의 작품들은 독일 시절보다 훨씬 잔혹하고 직설적인 표현과 단순명료한 연출로 도시 문명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비전을 전달한다. 막 데뷔한 앨프리드 히치콕이 “영국의 프리츠 랑”으로 칭해졌단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독일 시절부터 할리우드 장르감독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그가 미국에서 어떤 작품세계를 펼쳤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감상 포인트가 될 것이다.

<한번뿐인 삶> You Only Live Once
프리츠 랑이 미국에 건너와 찍은 두 번째 영화. 한때 미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악명 높은 무장강도 보니와 클라이드의 실화를 처음으로 영화화한 작품으로, 이후 같은 인물을 소재로 한 니콜라스 레이의 <? >, 아서 펜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등에 영향을 끼쳤다. 3년 만에 출소한 에디는 사랑하는 조앤과 함께 새로운 삶을 살아보려 하지만 세상의 편견은 냉혹하기만 하다. 전과 탓에 짓지도 않은 죄까지 억울하게 뒤집어쓴 에디는 일단 자수하라는 조앤의 순진한 조언을 따랐다가 사형수가 되고, 결국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스스로 나선 두 사람은 도망자가 되어 점점 더 큰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한번뿐인 삶>은 범죄의 근원을 개인의 내면의 결함이 아닌 미국사회의 비인간성과 불관용을 통해 파헤친 랑의 할리우드 초기작으로, 불안과 긴장을 능란하게 자아내는 충격적인 음향효과와 편집이 돋보인다. 당시로선 강도 높은 폭력 묘사로 인해 15분가량 삭제된 상태로 개봉했다.

<빅 히트> The Big Heat
<빅 히트>는 최초의 필름누아르영화 중 하나로 손꼽히는 범죄영화의 고전으로, ‘누아르 사상 가장 충격적인 폭력’장면 덕에 잔혹누아르의 대명사로 가장 먼저 꼽히는 랑의 할리우드 시기 대표작이다. 한 베테랑 경찰의 자살사건에 의구심은 품은 강직한 형사 베니언은 상부의 압박을 무릅쓰고 진상 조사에 나선다. 그에게 이 자살의 진실을 규명해달라고 부탁한 술집 작부 루시는 이내 변사체로 발견되고, 던칸의 미망인과 정치인의 스캔들을 조사하며 강성 수사를 밀어붙인 베니언의 신변에도 위협이 닥쳐온다. 상부의 압박에 굴하지 않는 베니언은 정치인들의 해결사 노릇을 하는 빈스 스톤의 애인인 팜므파탈 데비를 만나 실마리를 얻지만 비극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 영화를 ‘100편의 위대한 영화’로 꼽은 로저 에버트의 지적대로 언뜻 성공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듯한 영화의 외피 아래에 한 형사의 영웅적 행동이 의도치 않은 더 많은 비극을 낳는다는 아이러니가 겹겹이 숨겨져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불필요한 장치 하나없는 명쾌한 진행으로 오히려 더 묵직한 충격을 전하는 <빅 히트>는 모든 누아르영화의 전범으로 평가받고 있다.

<블루 가디니아> The Blue Gardenia
<이유 없는 의심> <도시가 잠든 사이에>와 함께 프리츠 랑의 ‘언론 누아르 3부작’으로 불리는 작품. 살인과 범죄를 시민들의 흥미로운 오락거리로 소비시키는 언론매체의 존재는 랑의 작품에서 여러 차례 등장하는 테마다. 실연의 상처를 안은 전화 교환원 노라는 이국적인 레스토랑 블루 가디니아에서 화가 해리 프레블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만취한 채 그의 아파트를 찾아갔다가 다음날 자기 집에서 깨어난 노라는 신문에서 프레블이 살해당했다는 뉴스를 듣고 경악한다. 현장엔 그녀의 옷에 달려 있던 블루 가디니아 꽃이 떨어져 있지만 정작 그녀에겐 아무 기억도 남아 있지 않다. 유명한 신문 편집자 케이시 메이요에 의해 사건은 ‘미모의 살인자 블루 가디니아’라는 헤드라인을 달고 국민적 관심사로 커져만 가고, 불안에 빠진 노라는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행동에 나선다. 미국 저널리즘이 범죄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내세워 범죄를 상업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랑의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작품. 피터 보그다노비치는 이 영화를 가리켜 “미국인의 삶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단면”을 다뤘다고 평한 바 있다.

<문플릿> Moonfleet
할리우드로 무대를 옮긴 프리츠 랑은 범죄누아르영화를 다수 만들었지만 <문플릿> 같은 모험 활극에서도 장기를 발휘했다. 1757년 영국, 어머니를 잃은 어린 소년 존은 유언에 따라 밀수와 범죄가 들끓는 수상한 마을 문플릿에 혈혈단신 들어온다. 존은 어머니의 친구 제레미 폭스를 찾아가 몸을 의탁하려 하지만, 무엇에도 얽매이기 싫어하는 괴팍한 신사 제레미는 그를 냉대한다. 꿋꿋이 문플릿에 적응해가던 존은 발을 헛디뎌 빠진 교회 지하 납골당에서 밀수단의 비밀 아지트를 발견하고, 이곳에서 전설적인 밀수범이 숨겨둔 보물의 위치를 가리키는 암호문을 손에 넣는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존과 제레미 사이에 묘한 파트너십이 성립하고, 밀수단이 연계된 위험한 보물찾기 게임이 시작된다. 한폭의 음산한 동화 화첩을 보는 듯한 세트와 조명 사용도 인상적이지만, 아이를 싫어하고 도덕과 규범을 무시하는 제레미 폭스의 ‘쿨’한 캐릭터 묘사도 흥미롭다. 어둡고 기괴한 고딕 동화 같은 시각적 이미지와 결합한 독특한 모험극.

<오명의 목장> Rancho Notorious
누아르영화에 비해 그다지 호평받지 못한 랑의 1952년작 웨스턴. 1870년대 미국 와이오밍의 황야를 배경으로 한 <오명의 목장>은 랑이 제작사 RKO에서 만든 영화로 당시 대표로 있던 하워드 휴스와의 숱한 갈등 끝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서부에 대한 그의 동경과 낭만이 담겨 있다. 강도한테 약혼녀를 잃고 복수심에 불타는 번 해스켈은 범인을 찾아 헤매다 범죄자들의 도피처로 유명한 ‘척 어 럭’이라는 목장에 대한 정보를 듣는다. 번은 범인이 그곳에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에 탈옥수가 되어 목장으로 찾아가고, 은퇴한 클럽의 가수 출신인 목장 여주인 알타 킨은 그를 거두어주는 대신 ‘어떠한 질문도 금지’라는 목장의 규칙을 지키라고 명령한다. 원수를 찾기 위해 목장에 모인 범죄자들의 은행털이 계획에 동참한 번은 어느덧 알타 킨에게 사랑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고 당황한다. 중년의 마들렌 디트리히가 범죄자들을 다스리는 매력적인 여주인 알타 킨으로 출연해 화제가 됐다.

<창가의 여인> The Woman in the Window
모험도 열정도 없는 중년의 삶에 회의하던 범죄심리학 교수 리처드 원리의 일상에 예상치 못한 위기가 닥쳐온다. 거리의 상점에 걸린 아름다운 초상화 속 여인에게 매료된 리처드는 놀랍게도 그 앞에서 그림 속의 여인 앨리스를 만난다. 어딘가 위험한 매력을 발산하는 앨리스와의 즐거운 시간도 잠시, 질투에 미쳐 덤벼드는 그녀의 옛 애인을 실수로 살해하면서 리처드의 설렘은 악몽으로 돌변한다. 게다가 목격자를 자청하는 제3의 인물이 앨리스를 협박하면서 두 사람은 또 다른 살인을 모의하게 된다. 프리츠 랑의 다른 작품처럼 <창가의 여인>도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며 위기에 빠지는 인물들의 심리를 당대의 사회상 속에서 그려낸다. 끝을 향해갈수록 긴박해지는 호흡과 결말의 반전은 이후의 범죄스릴러와 누아르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에드워드 G. 로빈슨과 조앤 베넷은 이후 프리츠 랑의 걸작 누아르 중 하나로 손꼽히는 <진홍의 거리>에서도 호흡을 맞췄다.

글 : 김민경
by 미스터리 | 2007/09/22 22:06 | Movie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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